오정숙 / 대구2센터 / 사례집 [감성으로 감동을 말하다] 발췌

나는 임산부 상담매니저입니다

여자 하객만 100여 명. 고객센터에 근무하는 나의 결혼식은 아리따운 여자들로 넘쳐났다. 여자동료가 많으면 말도 많고 탈도 많을 것이란 편견과 달리 오히려 배려하고 챙겨주는 분위기 덕에 회사는 나에게 가족 같은 곳이었다. 사내 커플이었던 나의 결혼식 손님 중 대부분은 회사 동료들이었다.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임신을 하여 행복함은 배가 되었으나, 고객센터 특성상 근무시간이 타이트하고 간혹 불만고객을 상대해야 할 생각에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나는 임신한 사실을 회사에 알리면 회사 입장에서 부담스러워 할 것이라 생각했다.

그러나 나의 염려와 달리 센터장님과 그룹장님은 진심으로 기뻐해 주시며 앞으로 건강하게 출산할 때까지 같이 노력하자고 말씀해 주셨다. 임산부들을 위한 제도들과 평가에 대해 꼼꼼하게 확인해주면서 누릴 수 있는 것들은 모두 챙겨가야 한다고 조언까지 아끼지 않으셨다. 임신 사실을 일찍 알린 덕분에 가장 조심해야 한다는 3개월 때에도 무리 없이 보낼 수 있었다. 임신초기라 아직 배가 나오지 않아 지하철에서 자리 양보는커녕 기대조차 할 수 경우가 많은데, 회사에서는 공식적으로 임산부를 배려해주었다.

가장 피부로 느꼈던 배려는 휴식 시간. 고객은 우리가 휴식하는 시간과 관계없이 고객센터로 전화를 준다. 고객들이 가장 여유 있는 점심시간이나 쉬는 시간이 고객센터는 더 바쁠 수밖에 없다. 그래서 다른 시간대보다 더 타이트한 근무를 하게 되는데 임산부들에게는 더 많은 휴식시간을 공식적으로 제공하고 편안하게 쉴 수 있도록 해주었다. 퇴근 역시 6시 이후에는 다른 업무나 교육을 하지 않도록 시간을 할애해주어 근무 시간 내에 모든 업무를 끝낼 수 있었다. 연장근무와 휴일 당직근무도 임산부는 당연히 제외였다. 정기적으로 검진을 받는 것도 근무시간에 포함시켜 실적관리를 할 수 있어 편안한 마음으로 병원에 내원 할 수 있었다.

평가 부문에서도 기존 상담매니저들과 차별을 두어 신입 상담매니저 수준으로 적용되었다. 무엇보다도 주어진 연차 기간을 원하는 날짜에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었다. 임산부들을 위한 배려나 제도가 다른 동료들 입장에서는 부러울 수 있지만, 대부분이 여성이다 보니 누구나 임산부가 될 것이므로 오히려 더 많이 챙겨주었다. 이러한 배려가 제도화 되어 확실히 실행되고 있기에 임산부 상담매니저는 눈치 보지 않고 해택을 받는 것으로 자연스럽게 인식되었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는 없지만 고객센터 특성상 여성 근무자가 많다 보니 우리 회사는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임산부를 위한 프로그램이나 근무환경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

매일매일 불러오는 나의 배를 보며 동료들은 진심 어린 걱정과 관심으로 배려해 주었고, 나는 내 아이가 참 행복하게 자라고 있구나 라고 생각했다. 덕분에 무사히 건강한 아기를 출산할 수 있었고, 곧바로 출산휴가를 받았다. 이후 나는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기가 눈에 밟혀 바로 업무에 복귀할 수 없었고, 이어서 육아휴직도 신청했다. 언제든 돌아오면 일을 할 수 있다며 아이를 잘 키우라는 회사, 과연 그럴 수 있을까라는 반신반의한 마음으로 보냈다.

그리고 1년 뒤 나는 육아 휴직을 끝내고 회사로 돌아올 준비를 했다. 오랫동안 상담 업무를 하지 않았기에 잘 할 수 있을지, 잘 해내지 못하면 회사에 계속 다닐 수 있을지 염려되었다. 돌아오자마자 내게 주어진 미션은 교육. 나는 다른 복귀자들, 신입 상담매니저들과 함께 교육을 받았다. 우리 회사는 출산과 육아로 쉬었던 상담매니저들을 위해 재교육을 받을 수 있는 시간이 따로 마련되어 있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상담매니저들에게 코칭을 받고 그들의 상담을 청취할 수 있는 시간도 별도로 주어진다. 사실 바로 업무를 시작할 자신이 없었는데 충분히 업무를 습득하고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된 것이다.

교육이 끝난 후 나는 원하는 팀에 배정을 받았고 상담을 쉬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만큼 빠르게 적응하여 단시간에 상위권의 성과를 냈다. 근무 기간과 경험도 인정받아 바로 다음 조직 개편 때 부실장으로 승진도 했다. 우리 회사는 임신과 육아로 인해 회사를 쉬었다고 눈치를 보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잘 적응하고 실적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해주어,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내가 회사로부터 그리고 동료로부터 받은 혜택과 배려는 다른 동료, 후배 상담매니저들에게도 회사를 다닐 수 있는 원동력과 자부심으로 다가왔다. 다른 회사를 다니는 친구들은 결혼을 하거나 임신을 하면 회사에 다니면서 성과를 내고 인정을 받는 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우리 회사는 여성 위주의 여성 중심인 회사다 보니 여성을 위하는 아이디어들이 제도로까지 이어져 실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둘째 아이를 가져 다시 육아 휴직을 신청하여 아이를 키우고 있다. 사내 부부인 우리는 둘 다 육아 휴직을 낼 수 있었지만 큰아이도 아직 어리고 나도 임신 중이기에 내가 육아를 맡기로 했다. 처음 임신 사실을 회사에 알릴 때의 긴장과는 달리 지금은 언젠가 업무에 복귀해서 더 잘하겠노라는 마음으로 쉬고 있다. 욕설로 일관하는 불만고객과 마주하는 일을 생각하면 아기에게 미안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 때가 있지만, 대한민국 여성들이 임신을 하고 또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여건을 만들고자 진심으로 노력하는 회사라면 다녀봄 직 하다고 생각한다. 임산부 상담매니저들이여, 당당하게 임신을 즐기자. 그리고 임신으로 인한 나의 행복을 고객과 함께 나눈다면 고객과 내가 함께 만족하는 상담이 될 수 있으니 우리는 더 행복해질 준비만 하면 될 것이다.